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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권사 수익구조의 변화와 의미
2019 03/12
일본 증권사 수익구조의 변화와 의미 2019-06호 PDF
요약
일본이 시장중심의 금융시스템으로 되려는 과정에서 증권사가 기존 브로커리지 업무에서 탈피하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지난 15년간 일본 증권업의 수익구조를 보면 위탁수수료의 비중이 크게 떨어진 반면 트레이딩 수익과 기타수수료의 비중은 동기간 빠르게 증가하였다. 기타수수료의 변화는 자산관리형 업무수익이 판매 관련 수수료에서 예탁자산 잔고와 연동되는 보수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트레이딩 수익의 증가는 대형 증권사들이 자본력과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본집약적 업무를 확대하여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자산관리형 retail 부문에서의 경쟁은 고객의 총자산을 고려하여 예탁자산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금융자산에서 고령층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증권사는 중소형 증권사보다 고령층과의 접점이 많으며, 메가뱅크 계열 대형사의 경우 계열은행으로부터 고객을 소개받을 수 있는 이점을 지녀 더욱 유리할 것이다. 이에 맞서 독립계 대형사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98년 금융시스템개혁법 이후 2007년 금융상품거래법 등을 거쳐 은행 중심에서 시장중심의 금융시스템으로 이행하고자 노력했다. 여기에는 증권사가 기존 브로커리지 업무에서 탈피하여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등에서 새로운 역할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자본시장법 도입 당시의 고민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여기서는 지난 15년간 일본 증권업의 수익구조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 향후 retail 부문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을 검토해본다. 


지난 15년간의 변화

일반적으로 증권사의 실적은 주식시장의 변화에 연동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편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업계 전체의 영업수익과 ROE를 보면 거시경제 및 시장상황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변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002년 이후 일본경제가 완만한 회복국면에 진입하면서 증권업 전체의 영업수익도 2005년에는 최고점인 4.9조엔에 달하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11년에는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으로 2.7조엔까지 하락하였다. 2012년 이후에는 아베노믹스의 효과로 인해 증권업도 3년 연속 영업수익이 증가하였으나,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함께 정체국면에 돌입하였다. 업권 전체의 ROE 역시 2013년 14.1%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7년말 7.2%를 기록하였다. 수익구조를 보면 트레이딩 수익의 비중이 이전보다 커졌지만, 여전히 수수료 수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수수료 수익의 세부 변화이다. 위탁수수료가 전체 수익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27.0%에서 2017년 15.6%까지 떨어진 반면, 기타수수료의 비중은 동기간 22.8%에서 27.7%로 증가하였다.1) 기타수수료는 위탁매매, 인수, 판매업무 이외의 부수·겸영업무 관련 수수료를 말하며, M&A 등 기업금융 자문수수료와 펀드 대행수수료(우리나라의 판매보수에 해당)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M&A 자문순위에서 대형사와 외국계가 상위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증권사의 대부분에서 펀드 판매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2) 일본 증권사들은 2000년 초반 이후부터 일찍이 자산관리형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이는 지속적인 펀드판매 및 잔고증가로 이어졌다. 다만, 2014년 이후 펀드 외에도 투자일임계약(랩어카운트)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와 관련된 보수도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펀드를 포함한 예탁자산의 장기적인 운용에 대한 보수는 매년 일정수익이 보장되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꾀할 수 있다. 반면, 수수료율 경쟁으로 인해 축소되고 있는 위탁수수료 외에도 펀드 등을 판매하여 얻는 모집수수료는 연속적인 수익이 보장되기 어려운 1회성 형태이다. 이러한 점에서 금융투자상품의 판매시에만 받게 되는 수수료 중심에서 예탁자산 잔고와 연동되는 보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다.3) 이를 인식한 일본 증권사들도 장기간 노력해왔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일임형 계약 건수(금액)는 2013년까지 5만건 안팎(약 0.8조엔)에 그쳤지만, 2017년말 기준 71만건(7.9조엔)을 넘어섰다. 증권회사의 랩어카운트 판매 강화가 아베노믹스를 배경으로 한 투자자 심리 개선과 맞물려 크게 증가한 것이다.


유형별 수익구조 

일본 증권사를 유형별로 구분하면 크게 대형사(독립계와 메가뱅크 계열), 외국계, 중견·중소형사, 지방은행 계열, 온라인 증권사 등으로 구분된다. 2007년과 2015년 수익구조를 유형별로 구분한 아래 그림에 따르면 위탁수수료의 비중이 감소하면서 트레이딩손익과 기타수수료의 비중이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4)
 


위탁수수료를 보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형사의 경우 2007년 19.5%로 이미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으며, 2015년에는 소폭 하락하여 15.0%가 되었다. 또한, 상장 중소형사(44.9%→32.3%), (지방)은행 계열(33.9%→19.1%), 온라인증권사(61.4%→41.2%)는 동기간 크게 하락하였으나, 비상장 중소형사(56.3%→51.90%)는 여전히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트레이딩 손익의 경우 외국계를 제외한 모든 유형에서 비중이 높아졌지만 상대적 리스크는 유형별로 차이가 있다고 판단된다. 외환이나 파생상품 투자 등의 자기매매에서는 자본력을 기반으로 이에 비례하여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단기적 자본집약적인 업무에서는 자본을 확충하는 한편 이를 활용하여 레버리지를 높이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대형사와 외국계의 레버리지비율이 중소형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데에는 이와 같은 배경이 있다. 실제 트레이딩 손익에서 자기매매가 차지하는 비중도 외국계와 대형사는 높은 반면, 중소형사에서는 낮게 나타난다. 단, 레버리지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예상치 못한 손실이 커질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모회사 혹은 지주회사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은행지주회사 산하의 메가뱅크 계열이 독립계에 비해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이유도 이에 있다. 다시 말해, 독립계에 비해 보다 공격적인 성장전략을 구사할 여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Retail 부문의 경쟁

증권사의 업무를 wholesale(기업금융, 트레이딩 등) 부문과 retail(개인투자자 상대) 부문으로 구분할 경우 일본의 중소형 증권사와 지방은행계열 등은 retail형 증권사, 외국계는 wholesale형, 대형사는 종합증권사에 해당할 것이다. retail형 증권사가 레버리지 등으로 수익다변화를 꾀해 종합증권사로 변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대형 증권사가 국내 retail 부문을 중시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해당 부문의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일본 증권사들은 retail 부문에서 자산관리형 중심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자산관리형 업무는 기업금융이나 트레이딩과는 달리 타 업무와의 시너지 효과도 높지 않고, 자본력을 필요로 하는 부문이 아니다. 따라서 중소형 증권사들도 어느 정도 대형사와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며, 이제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추구하는 주요 영업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자산관리형 업무가 어떤 식으로 진화할지 주목된다. 기존 자산관리형이 리스크가 비교적 높은 자산에 집중되었다면 최근의 자산관리형은 고객의 총자산을 고려하여 예탁자산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가계금융자산에서 60대 이상이 저축의 65% 유가증권의 76%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층의 금융자산을 어떻게 증권사로 이동시킬 것인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금융자산 외에 부동산 등을 포함한 다른 자산까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통해 장래 지출계획 및 목표까지 파악하여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자산관리업무에 접근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기존 고객의 측면에서는 증여와 상속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자산배분이 이루어질 경우 타 금융기관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이 생겼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중소형사 혹은 인터넷 증권사보다 고령층과의 접점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의 강점을 살려 고령층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사가 일단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규 고객의 측면에서는 계열은행으로부터 고객을 소개받을 수 있는 이점을 지닌 메가뱅크 계열 대형사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향후 메가뱅크 계열의 증권사와 은행 간 연대가 한층 더 강화될 것을 시사한다. 이에 맞서 독립계 대형사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1) 2013년 이후 주식거래대금이 이전보다 확연히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위탁수수료 비중이 이처럼 낮아진 배경에는 낮은 수수료율이 있다. 한편, 동기간 인수수수료는 6.0%→3.4%로 2.6%p 감소한 반면, 모집수수료는 6.3%→8.0%로 1.7%p 증가하였다.
2) 일본증권업협회에서 제공하는 자료에는 기타수수료의 세부항목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
3) 이를 일본에서는 “기존의 flow형(수수료 중심)에서 stock형(보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표현한다.
4) 일본 증권사의 유형별 성장과정과 현황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일본 증권업의 경쟁구도와 최근 고령화에 따른 변화”(장정모,자본시장포커스 2018-08호) 참고. 외국계의 경우 기타수수료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는 대부분 기업금융 관련 수수료로판단된다.